詩다움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정화진]

초록여신 2008. 6. 21. 09:31

 

 

 

 

 

 

 

 

 

 

 

 

 

토막난 길들을 이으며 강은

탐욕스레 삶의 안팎으로 흘러간다

때로 사람들이 정처없이 발을 빠뜨리고 마는

저 강의 하구에

물컹거리는 무덤들의 바다가 있다

무수한 분묘이장공고를 펄럭이며

고요한 바다가

동백을 품은 채 누워 있다

낡은 옷의 사람들이 절름거리며

그들 몫의 생애를 건너가고 있을 때

 

 

 

 

 

 

*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 민음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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