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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김상미]

초록여신 2008. 5. 10. 01:41

 

 

 

 

 

 

 

 

 

 

사람이 그리워요

잘 지내지, 잘 살고 있니, 담담히 묻는 사람

수백 미터 언덕 멀리에서 솟는 밥짓는 연기처럼

정다운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워요

 

 

새 세상이 왔지만

이곳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고 있어요

모두가 한결같이 전투 속의 투사들 같아

사람이 사람에게 칼처럼 베이고 있어요

 

 

얼마나 서로를 경계하는지!

얼마나 서로를 시기하고 살피는지!

 

 

그런데도 점점 더 사람 속으로 굽이치고 싶어요

사람들의 두툼한 손끝에서 따뜻한 불 쬐고 싶어요

아침마다 길어 올리는 태양의 양분

그들과 함께 골고루 섭취하고 싶어요

 

 

그러니 와서 말해줘요

내가 밟고 사는 친숙한 땅, 흙 냄새 같은 이여,

언제나 그리운 사람은 그대였다고

그대에게로 점점 다가가는 나 자신이었다고!

 

 

 

 

 

* 잡히지 않는 나비 / 천년의시작,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