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강철사랑 [이응준]

초록여신 2008. 5. 3. 00:18

 

 

 

 

 

 

 

 

 

 

우리의 사랑 무거운 강철이 되자

아침 햇살과 닿으면

심장이 뛰는 녹슬지 않는

강철이 되자

가벼운 풀들

말 못 하는 짐승들

하염없이 떠내려가 죽은 저 어둠의 홍수를 딛고

우뚝 솟아나

황량한 용서의 하늘 기둥이 되는

우리 사랑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밀려가지 않도록

강철의 산이 되자

무화과 나뭇잎 무성해 새들이 날아들고

따뜻한 피 햇살처럼 흐르는

무너지지 않는

철탑이 되자

 

 

 

 

*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 / 작가정신, 2004.

 

 

 

 

이응준의 시에는 알 수 없는 높이와

지루한 길이를 가진 벽이 지나가고 있다

벽은 잊혀지자마자 나타나고 나타나자마자 잊혀진다.

이 시인에게는 사라지는 모든 것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다.

고통을 알기도 전에 이미 권태를 맛본

푸른 거북이의 뒷걸음질,

그것이 이 상실의 기록이다.

ㅡ 함성호(시인)

 

고통스러운 상처의 '길'과

고적한 슬픔의 '숲'의 이미지로 직조된 이응준의 첫 시집은,

이십대의 청춘으로 지난 세기말을 살아낸

한 예민한 영혼의 초상으로 자리한다.

이 초상의 배경에는, 물론, 20세기 말의 시대적 우울과

불안이 짙은 색조의 풍경으로 음각되어 있다.

그러니 저 눈물 젖은 슬픈 영혼의 초상은

오롯이 우리 역사의 근대가 관통해온

지난 한 시대의 풍겨의 번안인 셈이다.

ㅡ 김진수(문학평론가)

 

 

.......

그 많은 시집들 중에서 앞표지와 뒷표지가 유일하게 두 장씩이나 초록색인, ㅎㅎ

초록에 대한 끝없는 열애.

강철로 무디어질 때까지 건너야만 하는,

높은 벽.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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