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 무거운 강철이 되자
아침 햇살과 닿으면
심장이 뛰는 녹슬지 않는
강철이 되자
가벼운 풀들
말 못 하는 짐승들
하염없이 떠내려가 죽은 저 어둠의 홍수를 딛고
우뚝 솟아나
황량한 용서의 하늘 기둥이 되는
우리 사랑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밀려가지 않도록
강철의 산이 되자
무화과 나뭇잎 무성해 새들이 날아들고
따뜻한 피 햇살처럼 흐르는
무너지지 않는
철탑이 되자
*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 / 작가정신, 2004.
이응준의 시에는 알 수 없는 높이와
지루한 길이를 가진 벽이 지나가고 있다
벽은 잊혀지자마자 나타나고 나타나자마자 잊혀진다.
이 시인에게는 사라지는 모든 것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다.
고통을 알기도 전에 이미 권태를 맛본
푸른 거북이의 뒷걸음질,
그것이 이 상실의 기록이다.
ㅡ 함성호(시인)
고통스러운 상처의 '길'과
고적한 슬픔의 '숲'의 이미지로 직조된 이응준의 첫 시집은,
이십대의 청춘으로 지난 세기말을 살아낸
한 예민한 영혼의 초상으로 자리한다.
이 초상의 배경에는, 물론, 20세기 말의 시대적 우울과
불안이 짙은 색조의 풍경으로 음각되어 있다.
그러니 저 눈물 젖은 슬픈 영혼의 초상은
오롯이 우리 역사의 근대가 관통해온
지난 한 시대의 풍겨의 번안인 셈이다.
ㅡ 김진수(문학평론가)
.......
그 많은 시집들 중에서 앞표지와 뒷표지가 유일하게 두 장씩이나 초록색인, ㅎㅎ
초록에 대한 끝없는 열애.
강철로 무디어질 때까지 건너야만 하는,
높은 벽.
(초록여신)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김혜순] (0) | 2008.05.05 |
---|---|
디아스포라 [김길나] (0) | 2008.05.04 |
봄꽃으로 달래다 [권현형] (0) | 2008.05.02 |
감기 [김혜순] (0) | 2008.05.02 |
딸기 [김혜순] (0) | 2008.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