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딸기 [김혜순]

초록여신 2008. 5. 2. 09:40

 

 

 

 

 

 

 

 

 

 

 

 

 

 접시에 붉은 혀들이 가득 담겨 왔다

 

 

 찬송 부르는 성가대원 입속의 혀처럼 가늘게 떨고 있었다

 

 

 네 혀가 내 혀 위에 얹혀졌다

 

 

 두 개의 혀에서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세상의 온갖 맛을 음미하다 이제 돌아와 우리는 좁쌀 같은 돌기들을 다소곳이 맞대었다

 

 

 너는 입속에 혀만 있고 이빨이 없는 사람 같았다

 

 

 몸 저린 뿌리가 내장 사이로 번개처럼  뻗어내리고,

전기처럼 차디찬 시냇물이 머릿결을 타고 흘러내렸다

 

 

 깨물면 붉은 물이 돋을까 봐, 나는 얼굴이 한정없이 게워낸 붉은 것들을 가만히 물고만 있었다

 

 

  눈 맞은 나뭇가지처럼 포근한 네 개의 팔이 얽히고, 접시 가득 이 키스를 거두어들였다!

 

 

 그 작은 돌기들이 모두 네 씨앗들이었다는 말은 내가 네 혀를 다 짓이긴 후에야 들었다

 

 

 

 

 

 

* 당신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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