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헐리듯 달의 모퉁이가 허물어졌다
소쩍새 울음이 마을을 적시는 밤
달빛보다 가는 실을 잣던 여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긴 밧줄을 삼고 있었다
그 기나긴 밧줄을 타고 세상으로 나왔다
간혹 소쩍새 울음이 울려오는 새벽이면
나에게 오시려고 그 가늘디가느 달빛 이어가던
그믐달의 닳고 닳은 무릎걸음 소리가
소곤소곤 내 귀를 적셔주었다
이팝나무가 제 그늘 지우는 새벽
그믐처럼 깜박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 물오리 사냥 / 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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