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blo Neruda

충만한 힘 [파블로 네루다]

초록여신 2007. 9. 2. 14:36

 

 

 

 

 

 

 

 

 

 

 

  나는 쓴다 밝은 햇빛 속에서, 사람들 넘치는 거리에서,

  만조 때, 내가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인 밤만이 나를 억누르지만,

  허나 그것의 방해로 나는 공간을 되찾고,

  오래가는 그늘들을 모은다

 

 

  밤의 검은 작물은 자란다

  내 눈이 평야를 측량하는 동안.

  그리하여, 태양으로만, 나는 열쇠들을 벼린다.

  불충분한 빛 속에서는 자물쇠를 찾으며

  바다로 가는 부서진 문들을 열어놓는다

  찬장을 거품으로 채울 때까지.

 

 

  나는 가고 돌아오는 데 지치는 법이 없고,

  돌 모양의 죽음은 나를 막지 못하며,

  존재에도 비존재에도 싫증나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내 모든 광물성의 의무를 어디에서 물려받았을까---

  아버지나 어머니일까 아니면 산들일까,

 

 

  생명줄들이 불타는 바다로부터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계속 가니까 나는 가고 또 간다는 것

  또 내가 노래를 하고 또 하니까 나는 노래한다는 걸.

 

 

  두 개의 수로 사이에서 그러듯

  내가 눈을 감고 비틀거릴 때

  일어난 일을 설명할 길이 없다---

  한쪽은 죽음으로 향하는 지맥支脈 속에서 나를 들어올

리고

  다른 쪽은 내가 노래하게 하기 위해 노래한다.

 

 

  그리하여 나는 비존재로부터 만들어지고,

  바다가 짜고 흰 물마루의 파도로

  암초를 연타하고

  썰물 때 돌들을 다시 끌고 가듯이

  나를 둘러싼 죽음으로 된 것이

  내 속에서 삶을 향한 창을 열며,

  그리고, 존재의 경련 속에서, 나는 잠든다.

  낮의 환한 빛 속에서, 나는 그늘 속을 걷는다.

 

 

 

 

 

 

 

* 충만한 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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