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 침묵할 수 있는 자, 갇힌 자의 불행한 조건을
견디는 기술 느린 몸짓으로 익힌 자, 그 침묵에 버금가는
슬픔을 아는 자, 어느날, 찢어지는 천둥번개와 때려치는
폭우 속을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물가에 앙상한 몰골로
서본 자들만이, 그 침묵을 이해하게 될 것인, 그런 황금
비늘을 가진, 은둔자들,
또는, 깊은 물의 수압을 이기는 부레, 물결의 가장 미미
한 움직임과 수온과 냄새를 감지하는 예민한 신경인 옆
줄, 정좌하고 가부좌 튼 품새를 고요히 지탱하는 지느러
미들, 특히 균형이라는 형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꼬
리지느러미,
우리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그런 화두를 몸으로 보여
주는, 구도자들,
* 물방울 무덤 / 창비, 200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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