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잉어들 [엄원태]

초록여신 2007. 2. 19. 16:37

 

 

 

 

 

 

 

 

 

 

 

 

 가장 오래 침묵할 수 있는 자, 갇힌 자의 불행한 조건을

견디는 기술 느린 몸짓으로 익힌 자, 그 침묵에 버금가는

슬픔을 아는 자, 어느날, 찢어지는 천둥번개와 때려치는

폭우 속을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물가에 앙상한 몰골로

서본 자들만이, 그 침묵을 이해하게 될 것인, 그런 황금

비늘을 가진, 은둔자들,

 

 또는, 깊은 물의 수압을 이기는 부레, 물결의 가장 미미

한 움직임과 수온과 냄새를 감지하는 예민한 신경인 옆

줄, 정좌하고 가부좌 튼 품새를 고요히 지탱하는 지느러

미들, 특히 균형이라는 형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꼬

리지느러미,

 

 우리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그런 화두를 몸으로 보여

주는, 구도자들,

 

 

 

 

 

 

* 물방울 무덤 / 창비, 200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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