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갠지스 [박형권]
초록여신
2024. 4. 26. 19:44
갠지스
박 형 권
문을 열 때 한 처녀가 꽃 한 다발을 들고 난감해 있다
꽃 한 다발 어울리게 들이지 못하는 내 혈관으로 부끄러운 가난이 역류한다
너무 과분한 꽃을 두고 가는 처녀에게
나는 편지를 한다
장밋빛
정이에게 편지를 한다
다시 꽃필 수 없는 내 스무 살과 지금 꽃피는 그녀의 스무 살 사이에
강이 흐른다
꽃보다 쌀을 가져올걸 하고 눈물짓는 처녀와 쌀보다
꽃을 가져온 게 좋았다고 생각하는 나 사이에
갠지스가 흐른다
그날
편지를 한다
지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다 실패한
한 발자국 앞의 연민에게
_《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걷는사람,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