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이해 [하재연]
초록여신
2022. 9. 17. 10:57
이해
하 재 연
당신의 표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당신의 밑에 서 있기로 합니다.
위가 깜깜합니다만,
위로부터 무엇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만,
신들의 이유 없는 장난처럼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또한
나의 아래 있었던 것
내가 밟고 서 있던 머리
누군가의 말하는 입과
깜깜함과 깜깜함 사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내 눈 속에 떨어지고 나서야
당신의 차가움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포춘쿠키의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처럼
아무것도 아닌 형용사로 이루어진
결국 내 것이 아닌 점괘를 뽑는 오늘에서야.
_《우주적 안녕》( 문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