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신철규]
인간의 조건
신 철 규
멈춰버린 시곗바늘처럼 나는 서 있다
기침은 하지만 열은 없습니다
열은 있지만 기침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과 동선을 의심한다
내 곁에 다가오지 마세요
내 앞에서 입을 열지 마세요
눈도 깜빡거리지 마세요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처럼
입속에서 진동하는 소리들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
나약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인간
이기적인 것을 감추려고 나약함을 과시하는 인간
신이 현미경으로 볼 때 인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사탕에 붙은 먼지검불 같은 것
아무리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
광활한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격리 시설 같은 곳이겠지
한번 들어오면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우리는 조만간 망원경으로 눈앞에 있는 서로를 쳐다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손에는 투명비닐을 끼고 눈먼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더듬을 것이다
열이 오르면 구부러지는 바이메탈처럼
열이 식으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이 조금씩 해를 등지기 시작한다
강물 위에 비친 붉은 해기둥
붉은 마스크를 비껴쓴 강물은 말이 없다
_《심장보다 높이》(창비, 2022)
ᆢ
COVID 19.
코로나와 함께한 3년은 진짜로 생존의 현장이었습니다.
방역체계보다 마스크가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었지요.
마스크를 사려고 번호표를 받고 1시간 넘게 줄 섰던 기억,
금액을 떠나 사 모았던 마스크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매일 헤드라인 TOP으로 보고되던 확진자수,
그와중에 생을 마감하던 사람들,
낱낱이 공개되던 동선들,
그뒤 이어지던 개인생활의 드러남 앞에서도 "마스크"를
굳건히 쓰며 그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였던 우리들!
그 위대한 국민들을 칭찬합니다.
지금도 완전한 종식은 아니지만,
많게는 4차까지 접종했다는 그 안도감으로 코로나의 숲을 3년만에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 넓은 활동 반경 속에서도 여전히 확진과는 멀리 있어 신기하다고들 하지만,
누구보다 개인방역에 철저했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특히 아주 작은 존재의 인간이지만
우리가 누렸던 그 일상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 공기의 맑음과 신선함을 누리고자 합니다.
언제,
또,
그 일상이 사라질 지도 모르기에!!!
이제는 가까이 다가와도 됩니다.
ㅎㅎ
(오늘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하며,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