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보고 싶구나 [김사이]

초록여신 2019. 1. 6. 23:02


보고 싶구나

  김 사 이















늦은 밤 불쑥 울린 짧은 문자

보고 싶구나

오십 줄에 들어선 오래된 친구

한참을 들여다본다

가만가만 글자들을 따라 읽는다

글자마다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시간이 깨어났을까

여백에 고단함이 배었다

너무 외로워서 119에 수백번 허위신고했다던

칠순 노인의 뉴스가 스쳐가며

불현듯 밤잠 설치는 시골 노모가 눈에 맺힌다

더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늙는다는 것 늙었다는 것

몸도 마음도 다 내주고 아무것도 없는

삼류들에게 추억은 왕년의 젊음은

쓸쓸함을 더하는 독주

그저 독주를 들이켜며 시들어가는 현실은

도대체 예의가 없다

나는 오랫동안 답장을 하지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 2018.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