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메밀꽃 [이소율]

초록여신 2018. 10. 21. 10:35


메밀꽃

 이 소 율










화려한 고뇌 없이

서로 마음 깃들어 핀 꽃

맨땅에 별들을 수놓은 꽃

외로움이 소중해

생각이 무거워 옹기종기 모여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거짓된 순정으로 웃지 않는

가녀린 고집

넉살 좋은 바람이 자주 들락날락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머물지 못한다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언제나 들여오는 나뭇잎 입술 오므리는 소리에

콧노래를 부르는 소녀들

아무리 바라보아도 눈멀지 않는

아무리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아

가슴에 계속이 흐르는 깊은 산골

추억과 우정을 되감으며

차르차르 물레방아 돌리는 지지배들

도시에서 먼지처럼 떠돌기 싫어

산과 산이 맞닿은 계곡에

둥지를 튼 꽃보라ㅣ

달빛 하얗게 쏟아지는 밤 흐르는 생리혈

줄기마다 빠알갛다




*익명적 중얼거림/현대시학사, 2018. 0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