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여름에 우리는 [이수명]
초록여신
2018. 8. 12. 13:15
여름에 우리는
이 수 명
여름에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좋아 보인다. 여름에는 멀리 갈 수 없고 다가온 폭풍을 알아차릴 수 없고 여름에는 집을 헐어 가까운 노점으로 간다.
언제라도 좋아
노점이 사방에 둥둥 떠 있다.
이쪽으로 앉을까, 여기 테이블을 밀어 저기 테이블이 생겨난다. 아무 데나 좋아 할 얘기가 너무 많아 몇 개의 테이블을 붙이자
여름에는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다. 앞뒤로 삐걱삐걱 의자를 덜컹거린다. 내 말 좀 들어봐 컵을 엎어높고 게의 집게발을 찢는다. 이제는 더 이상 발을 쳐들지 않겠지
저기압이 발달한 여름에는 노점들이 발달한다. 사람들이 발달한 곳에 있으면 우리는 좋아 보인다. 한 번에 마셔도 좋아 그래 좋은 생각이야 잔을 들어 올리는
노점의 순간에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어도 좋아
여름에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혼잣말을 한다. 여름에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고 여름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언제라도 좋아 우리는 단번에 서로의 목을 부러뜨린다. 이대로 어질러진 테이블이 좋아
*물류 창고(문지,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