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사이 [고영]

초록여신 2017. 12. 19. 12:26


사이

 고 영








나와 당신 사이에도

꽃이 피고 별똥별 지던 밤들이 있었지



순결한 꽃잎에 편지를 써 날려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그 사이

곁을 훔쳐보는 그 사이



누가 꽃의 입을 닫게 했는가

누가 별똥별을 꺼뜨렸는가



나와 당신 사이

함부로 읽을 수 없는 등짝의 이력(履歷)만

밤새 애타게 등한시하는 사이



맨발의 입술만이

저 사이를 다 건널 수 있으리라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