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집 여자 [채수옥]
초록여신
2017. 2. 16. 12:02
꽃집 여자
채 수 옥
안개꽃 한 점이
그녀의 앞치마에서 굴러떨어지는 중인데
발목 없는 꽃들을 나란히
셀로판지 위에 얹는 중인데
가시 하나가 손끝을 찌르는데
잠깐 솟구치는 붉은 꽃
화끈거리는 핏빛 꽃송이
입안에서 스러지는 중인데
가슴에 붙어 있던 꽃잎 하나가
슬쩍 그녀의 젖무덤 속으로 스며드는데
일생 꽃대를 분지르고
꽃잎을 훑어 내린 그녀의 굳은살 속에
또 하나의 꽃 문신 새겨지는데
한 다발의 꽃들과 오후의 햇살이
녹색 쇠줄에 칭칭 감기는데
리본에 묶여지는데
그녀가 종일 묶여 있는데
*비대칭의 오후(시인동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