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냥 시 [박제영]

초록여신 2017. 2. 12. 14:38


그냥 시

  박 제 영










왔어요 왔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빵!

세상에서 제일 싸고 맛있는 사탕!

그냥 시가 왔어요!



그냥 시를 모르는 당신들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그냥 시를 굽는다네

노릇노릇 복어처럼 부푼 공갈빵을 굽는다네



그냥 시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시는, 처음부터 그 상태 그대로, 공갈빵이라고



그냥 시를 모르는 당신들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그냥 시를 굽는다네

달콤새콤 풍선처럼 부푼 구름사탕을 굽는다네



그냥 시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그냥 시는, 그런 모양으로 줄곧, 구름사탕이라고

그러니 묻지 마시라



태초에 그냥 시가 있었을 뿐이니

세상의 모든 시는 원래 다 그냥 시였을 뿐이니




*그런 저녁/솔출판사(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