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복숭아나무 [채수옥]

초록여신 2017. 2. 12. 10:22


복숭아나무

  채 수 옥








 가지마다 꽃망울 맺혔습니다. 옹송그린 주머니 속에 눈, 코, 입, 손발, 똥꼬를 담고, 물관을 따라 올라온 양수를 찰랑거리며 언덕에 서서 배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임신한 그녀가 등을 뒤로 젖히고 복숭아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무가 말을 걸었습니다. 당신의 주머니 속에도 가지 않은 파릇한 길들과 터지지 않은 울음과 깃털 같은 숨소리가 들어 있나요 숨이 차고 어지럽지 않나요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가 배 위에 앉았다 가네요 마지막 향기가 완성되고 있어요 잠깐만요, 저기 툭툭 어미배를 차는 꽃의 발이 보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잎사귀 밑을 보세요 흔들릴 때마다 그늘이 물러서는 것이 보입니다



 언덕을 오르며 무더기로 터져 나오는 포자 봄·봄·봄……




*비대칭의 오후(시인동네,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