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키메라증후군 [채수옥]

초록여신 2017. 2. 9. 20:36


키메라증후군

 채 수 옥








우리 그러지 말고 차 한잔할까?


기형으로 붙어버린 생각들을 매만진다

한 이불 속에서 일상의 뇌를 나눠 쓰고

우리는 다르게 성장하고


서로의 혈관 속으로

델피니움 꽃잎을 한껏 주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견딘다


절반의 타협 후, 둥글어지는 보름달은

반쪽을 삼키고 부풀어 오른

남은 자의 거룩한 배


마주보고 앉아 야윈 식탁을 뜯어먹는 우리는

솜뭉치 같은 서로를

울컥울컥 토해놓는다


머그잔 속으로 떨어지는 내 눈알과

뭉개고 싶은 내 혓바닥을 천천히 저으며

굶주린 배를 긁어대는 저녁


나는 외워지지 않는 나를 복습하고

너는 이해되지 않는 너를 받아 적고 지우는

이상한 커피타임




*비대칭의 오후 / 시인동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