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애인 [오은]

초록여신 2017. 1. 2. 11:45



애 인

 오 은









애인을 만났다


말이 앞서거나 마음이 뒤로 숨어

몸이 말이 아니었던


아는 것은 힘이고 모르는 건 약이어서

힘만 장사거나 온종일 약에 취해 있었던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어서 제대로 울 줄 몰랐던


아침마다

퉁퉁 부은 눈을 가리키며

우리는 마음 놓고 함께 웃었다


몸은 무거운데 마음은 가벼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애인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했다


약을 먹고 힘을 내자

말이 몸을 갖게 되었다

말이 아닌 몸이

몸이 된 말을 하듯

알쏭달쏭한 표정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몸말이 되어

마음을 구하기 위해

짝짝이 신발을 신었다


바깥으로 나가야 비로소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유에서 유(문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