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바탕 [김수우]
초록여신
2016. 3. 11. 07:53
바탕
김 수 우
남포동 골목, 노루가 지나갔다 눈썹 밑 허공과 마주친 순간 엎어졌다
발목을 삐고 손에 생채기가 났다 고무줄 퉁긴 듯 돋는 구름의 보풀들
잊었던 달개비꽃밥이 떠올랐다 돌멩이로 찧던 다섯 살의 소꿉밥, 문득
숨었던 이름들 파다닥 날개 턴다 눈밭에 찔레열매 가득 붉었다, 와락
천둥처럼 달려드는 진흙 냄새, 갈색털 덮힌 슬픔이 물끄러미 돌아본다
추억은 초식동물로 살아 있다
그런데 저 앞을 지나간 건 정말 노루였을까
*몰락경전(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