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생일 [고진하]

초록여신 2016. 1. 31. 22:33



명랑의 둘레

 고 진 하









보내신 분의 뜻을 생각하는 아침,

미역국을 한 숟가락 뜨다 말고

치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첫, 미역국에 어머니는

어떤 눈물을 섞어 후루룩 마시셨을까

오늘 내 눈물은 기쁨 반 슬픔 반

보내신 분의 뜻의 신비 앞에 서성이며

잴 수 없는 풍진 세월의 깊이를

숟가락으로 떠 마셔본다



돌아보면,

망각은 은총임이 분명해

그렇게 망각해버리지 않았으면

광인이 되거나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내신 분의 뜻을

새삼 기억하게 된 건

분명 하늘의 사은(謝恩)



그리하여 오늘도

흘러가는 저 구름밭 허무에 나를 내어주지 않고

밥과 희망을 숟가락으로 뜨느니

영원히 젊은 그분의 심장에 빨대를 꽂고

창조의 새 아침을 맞이하느니




*명랑의 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