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거짓말의 진화 [고 영]
초록여신
2015. 9. 14. 10:41
거짓말의 진화
고 영
어제는 어색한 표정 뒤에 숨었고
오늘은 과장된 표정 뒤에 숨었다
당신의 거짓말은 매일매일 자란다
눈치를 파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거짓말이 당신을 다 먹어치울 때까지
오직 당신만이 즐겁다
어제는 분명 가엾은 연어였는데(그런 당신이 좋았는데)
오늘은 혹등고래가 되어 나타났다(거기까지 괜찮아)
어쩌면 나는 내일 붕새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오, 제발!)
거짓말이 진화하는 세계를
당신만 보지 못한다
거짓말을 애용하는 만큼
당신은 첫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얼굴이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입 밖으로 방출한 그 검은 말들을 옹호하려 애쓰는
당신의 혀가 너무 가여워서
나는 그냥 미소로써 동조를 표한다
*딸꾹질의 사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