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고 영]
초록여신
2015. 9. 7. 20:52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고 영
함께 나눠야 할 행복이 있어서 벽은 문이 되었다.
손잡이에서 작은 온기나마 느낄 수 있어서
문은 아직 희망이다.
초인종을 누른다. 손잡이를 놓치기 전에 문이 열렸으면.
기척을 기다린다. 닫혀 있는 문은 동굴 같다. 문이 열리면 금세 사라지고 말 동굴 속에서.
하나가 되지 못해 끝내 벽이 되어버린 얼굴.
부고장보다 차가운 낯빛.
표정이 없는 얼굴은 닫혀 있는 문보다 견고하다.
문을 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서둘러 닫혀버린 문밖에서. 도로 벽이 되어버린 문밖에서. 너무 늦게, 나는 알았다.
사람아, 사람아.
몸과 마음이 따로 드나들 수 있도록. 안팎이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세상 모든 문들이 모두 두 개였으면 좋겠다.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