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침을 기리는 노래 [문태준]

초록여신 2015. 5. 14. 06:49


아침을 기리는 노래

 문 태 준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