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추락의 자세 [정영]

초록여신 2015. 3. 16. 14:44


추락의 자세

 정 영








새들은 매일 밤

허공에 몸을 던지며 운다

추락을 꿈꾸며

환화(幻化)한 나는 꿈속에서 매일 까무러친다



그대여, 내일은 더 아픈 가을이 오리라

난독된 책들과 부적합한 교감 사이에서 허둥대다

착각이 거대한 신념인 줄 알고 사는 동안

몸은 가고 없으리라



누군가 우는 동안

새들은 허공에서 날개를 접고



모든 감정은 새벽의 서리처럼 사라지고



어느 날 환술사가 내게 와 속삭여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높은 곳에서 나를 밀어버리지만

언제나 저녁이면 초인종을 누르고 집에 돌아와 두 발을 씻고

몸을 누인다



영원한 추락의 자세로

땅에 떨어져 말라가는 살구처럼




*화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