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단 한번, 영원히 [전동균]

초록여신 2015. 2. 28. 12:27


단 한번, 영원히

 전 동 균










이제는 말해다오, 하늘로 몸을 감는 덩굴잎들아

파로호의 찌불들아

울어도 울어도 캄캄한 이 밤을

이 밤의 장막 너머

잘린 말 대가리들이 쏟아지는 허공의 또다른 밤을



한때 여기에도 사람이 살았어, 단검처럼

옆구리를 찌르는 물결들, 숨 내뱉는 순간

얼어붙는 바람을 삼키는

바람의 입들, 끝내



울지 않는 새들아, 말해다오, 이 밤의 장막 너머

잘린 말 대가리들을 싣고

트럭이 질주하는

사막, 안개바다, 처녀의 피,

그곳의 오직 하나인 밤을



물고기들이 강의 고통을 기억하듯, 우리가

우리의 죄를 껴언아야 하는

재의 수요일이 오기 전에, 내 얼굴을 찢고

기린의 혓바닥이 튀어나오기 전에




*우리처럼 낯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