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등꽃 오실 때 [전동균]
초록여신
2015. 2. 12. 04:48
등꽃 오실 때
전 동 균
막차 놓치거나 열쇠를 잃어버린 꿈속에서
내 손을 잡아주던,
뒷모습만 보이던 것은 알고 보니
구렁이였다 백년 묵은
푸줏간의 칼이었다
그런 황사의 날들을 지나
빨랫줄에 널린 옷들이
저를 입었던 사람의 기억처럼 펄럭이며
마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신록 우거진 애장터 같은
마음의 끝에
기쁨은 기쁨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잘 삭힌
보랏빛, 연보랏빛
편종 소리 들려왔으니
어이쿠, 소양호 잉어들 수초 시커멓게 알 슬겠다
우리 고모, 곱사등이 막내고모 종일 들판에 엎드리시겠다
땅바닥 벌레 보면 가만가만 비켜서는 이들 많아지겠다
*우리처럼 낯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