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곡사 [박라연]

초록여신 2014. 12. 29. 20:30


마곡사

 박 라 연









  탑돌이를 한다. 마음의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으리라.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니 오장육뷰가 약속처럼 빠져버린,

  온몸이 물 한 점 없이 텅텅 ㅣ어버린, 늙은 살가죽도 반의 반쪽만 남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된다. 그가 올 봄에도 어김없이 피워올린 공중의

  새순들은 무엇으로 얻었을까 오늘은 서까래 몇 개라도 올려야 한다.

  목탁 소리 독경 소리에서 뿜어져나오는 향기, 

  계곡 속의 피라미마저 귀가

  쫑긋해져 온갖 교태를 부리며 튀어오른다. 지금 행복하다면 오히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지금 힘이 들면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그 마음들 모아서 토담처럼 쌓아올리기 위해 돌고 돌아야 한다. 탑돌이하는

  여자 발 밑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새하얀 클로버 꽃장들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행운의 부스러기들이 피운 꽃이라면 기와 몇 장 연등 몇 개조차 바친 적 없지만

  이쯤에서 돌아가도 마음의 거처 얻을 수 있으리라.



*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