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냉담자 [김언]

초록여신 2014. 7. 6. 08:31

 

냉담자

 김 언

 

 

 

 

 

 

 

 

 찾아오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냉담하다고.

 

 

 서늘하여 여름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겨드랑이 사이로 풀벌레 소리가 들어가서 앉는다. 혹은 안아주고 있다. 진득하게.

 

 

 기뻐할 수 없는 의자에 앉아서 왕의 칭호를 듣는 사람의 발치에서 그림자도 소름이 돋는 것과 같은 떨림을 보여줄 때 미세한 사람의 미세한 손동작이 발을 주무르다가 정지하였다. 다음 순간을 위해.

 

 

 역사는 수많은 자연을 끌어들였지만 치수에 성공한 역대 왕들의 무덤은 여전히 땅 밑에서 호령한다. 공기 중에서 가장 공기다운 문장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단단한 돌과 망치와 정이 필요하였던 문장.

 

 

 어렴풋한 먼지 속에서 존엄은 돌이 되어간다. 돌은 곧 둘이 되어간다. 둘은 곧 무한히 많은 둘이 되어간다.

 

 

 가루를 쌓아놓고 명민한 독자가 생각하는 이 돌의 원래 문장을 복원하는 작업은 담배 연기처럼 여러 갈래 추측을 낳고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곧 신념이 되리라 다짐하는 나의 예상은 어긋날 수도 있다. 아무렴 착각이 진실이 될 수도 있는데.

 

 

 환상에 빠진 나의 실내화는 마룻바닥과 운동장, 진흙탕과 모래사막, 물속과 빙판 위를 과자처럼 걸어다녔다. 상징이라고는 비둘기 한 마리밖에 쫓아오지 않는 냉랭한 전선에도 전투화 대신 실내를 걷는 나의 속삭임과 부스러기들.

 

 

 한 사람은 기도하고 있다. 한 사람은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한 사람은 떨어지는 동전을 주우면서 한 사람의 하반신을 들여다본다. 저 속에 들어 있는 성경 한 구절을 꼿꼿이 세우고 호주머니 속에 도로 집어넣고 내 것이었다고 확신하는 그 믿음을 의심하지 않는 방식으로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냉담하다고.

 

 

 한 사람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동전 위에 동전을 쌓아 올리는 수고로움이 만들어놓은 아슬아슬한 탑의 정신이 더는 몸뚱이를 지탱하지 못할 때 붕괴는 붕괴의 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균형을 찾아 간다. 동전은 떨어져서 한 사람은 허리를 굽힌다.

 

 

 냉하거나 후끈하거나 어느 쪽이든 무릎과 무릎이 결릴 때 어느 쪽을 짚고 일어날 것인가. 오른손과 왼손이 어찌할 바 모르는 불균형을 찾아간다. 그것도 균형이라고 착각하는 자의 여유를 어떻게 데려와서 키울 것인가. 개 한 마리도 마지못해 걷는다. 뒤뚱뒤뚱 제국은 한 걸음씩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는 방식으로. 킁킁거리며. 킁킁거리며.

 

 

 

*모두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