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명치 끝 [박주택]
초록여신
2014. 3. 4. 09:26
명치 끝
박 주 택
지평선을 만든다 그것은 지금 눈 아래, 발빝에 깔려 있다
당신은 지평선을 향해 걷는다 터질 듯한 바람을, 초록빛을, 자멸을 아주 가볍게 부딪치며 당신은 자신의 모든 것과 보이는 모든 것을 지평선으로 만든다 다리를 건너 앙상한 나무 사이를 지나
당신은 당신 속에서 춥다 다시, 당신은 당신 속에서 춥다
낡은 저녁 속으로, 서쪽으로
그리고 육체의 뒤를 따르는 머리카락은 기억을 기억한다
당신은 지평선을 만든다 바람으로 작은 집으로 비명으로
당신은 지평선을 걷는다 아득히 빛으로 남는다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문학과 지성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