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북강변 [이병률]
초록여신
2013. 12. 28. 08:22
북강변
이 병 률
나는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한밤중의 이 나비 떼는
남쪽에서 온 무리겠지만
서둘러 수면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해하자 하였습니다
당신 마당에서 자꾸 감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팔월의 비를 맞느라 할 말이 많은 감이었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감을 따서 한쪽에 쌓아두었더니
나무의 키가 훌쩍 높아졌다며
팽팽하게 당신이 웃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당신을 사랑한 지 이틀째입니다
* 눈사람 여관(문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