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인체 해부도 [허만하]
초록여신
2013. 9. 4. 23:08
인체 해부도
허 만 하
1
내 흉곽 안쪽은 죽음보다 격렬한 꿈과, 이따금 반짝이는 회한의 별빛과 손풍금처럼 지루하게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하고 있는 심장의 미끈미끈한 촉감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나의 피부 바깥은 푸른 바다에 남아 있는 목마름처럼 다빈치가 그린 인체 해부도에는 보이지 않는다.
2
나의 피부는 나의 국경이다. 나의 피부 바깥으로 으스름이 조용히 서리기 시작하던 낯선 도시와, 밤안개 속에서 스스로의 외로움을 비추고 서 있는 가로등 불빛과 치열하게 쏟아지는 눈송이에 묻히고 있는 희끗희끗 추운 풍경이다.
*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