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타나 호수 [엄원태]
초록여신
2013. 8. 30. 02:33
타나 호수
엄 원 태
이제 너는 타나 호수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타나 호수, 내 침침한 흉강 한쪽에 넘칠 듯 펼쳐져 있다. 거기에 이르려면 슬픔이 꾸역꾸역 치미는 횡경막을 건너야 한다. 고통의 임계 지점, 수평선 넘어가면 젖가슴처럼 봉긋한 두 개의 섬에 봉쇄수녀원이 있다. 우리는 오래전 거기서 죽었다. 파피루스 배 탕피와는 한때 내 몸이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리라. 그때면 너는 물론 거기 없을 테지만, 한 무리 펠리컨들이 너를 대신해서 오천년쯤 날 기다려 주리라. 그때 내 입에선 문득 악숨 말로 된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