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발작하는 구름 [김은경]
초록여신
2013. 8. 26. 23:59
발작하는 구름
김 은 경
저녁 일곱시가 좋아, 천변에서의 줄넘기는
약간 무거워진 구름
싫어도 돌아오는 새들
핸드백 속 무지개 폭죽들
휘파람을 불지 않아도 좋아
같은 오늘이 흘러간 걸
머리 위로 힘차게
넘길 수 없는 게 없어
비가 새는 얼굴들도 가뿐한
연기 같은 거였지
내가 읽든 네가 못 읽든
미끄러짐을 가장하여 넘어질 테지만
하낫둘셋 가지 많은 나무들을
연애를
너라는 늙은 묘혈墓穴
전대미문의 서른 살을
넘기고 부수고
나는 읽고 또 읽고
통통, 튀어 오르면
슬픔 따윈 몰라!
줄 댈 곳 없는 나를 세상에 넘겨도
나는 총구
어두워지는 지평선 끝에서
한 번 더 탕탕,
발작하는
시집, 『불량 젤리』(삶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