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사이 [김정석]
초록여신
2013. 8. 26. 23:17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사이
김 정 석
새벽 세 시에서 네 시로 가는 길
시간의 뼈와 뼈 사이
아무래도 직선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공간으로
달이 몰래 졌다
달이 지길 기다리던 누군가가
슬쩍 집으로 가는 길을
버렸다
돌아갈 길을 잃은 취객이 토한다
토한 음식물 위로 개미들이 새 길을 낸다
뭉쳐있던 것들이 두 패로 갈라서서
마주보고 욕을 한다
잡풀들이 달려들어 삿대질을 한다
잠들기를 기다리다 싸움을 거는 저 집요한 생명들마저
잠이 든
세 시가 네 시에게 다 갔을 즈음에는
없다
깜깜하다
생각이 한 잎 돋아나거나
돌멩이 하나 옮겨놓듯 누가 슬쩍 이승에서
저승으로 옮겨가도
모른다
처음이다
시집, 『별빛 체인점』(도서출판두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