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엽서 [김정석]
초록여신
2013. 8. 26. 23:08
엽서
김 정 석
밤이 늦어지자 하늘은 저수지에서 돌멩이를 꺼내듯
검은 성냥갑 쌓은 듯한 아파트의 남은 불빛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대다수는 고향으로 떠나 텅텅 빈 주차장에서
바람은 애매한 축구공만 구석으로 몰고 있다
고양이는 쓰레기통 옆에서 울음을 참고 있다
이 풍경을 모두 보고 있는 국화는 입을 앙다물고 있다
한가위 달이 마로니에 이파리 그늘을
아스팔트 바닥에 새긴다
잎그늘체로 또박또박 쓴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고향 못 가는 아들에게 보내는 엽서다
시집, 『 별빛 체인점』, 도서출판두엄(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