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투명한 얼굴 [김남호]
초록여신
2013. 8. 24. 11:05
투명한 얼굴
김 남 호
그녀는 화가 나면 얼굴을 잠그고
열쇠를 꿀꺽 삼켜 버리네
꼬리뿐인 기차가 터널 속으로 사라지네
하나의 얼굴이 잠기면
다른 하나의 얼굴이 열리고
잠기는 얼굴과 열리는 얼굴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네
나는 레일 위에 길게 누워
그녀의 무거운 얼굴이 나를
뭉개고 지나가길 기다리네
그녀의 얼굴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내 얼굴은 눌려지고 얇아져서
마침내 훤히 비체네
내가 잠근 얼굴에서
나를 잠근 얼굴까지
* 고래의 편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