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문득, [구광렬]

초록여신 2013. 6. 26. 06:09

 

문득,

구 광 렬

 

 

 

 

 

 

 

 

 

 

 

궁금한 것이다, 하늘은 왜 파랄까

가 아니라, 고양이의 야옹 소리 앞에

생략된 소리.

이를테면 콜라를 빨대로 빨고 있던

공원 벤치의 한 사내,

분홍빛 스카프에 청치마를 두른

여인에게 다가가

데이트를 청하기 전,

'저…… 혹시 시간 있으시면……' 앞에

생략된 말 같은

 

 

해가 질 때면 더욱 궁금한 것이다.

자꾸 서쪽으로만 떨어지는

해의 심사가 아니라

덜 빠져나온 야옹 전의 야옹들.

그러니,

낮의 야옹과 저녁 야옹 사이,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던

겁나게 많은 야옹야옹들.

 

 

 

* 슬프다 할 뻔했다, 문학과지성사(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