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유원지에서 [이성복]

초록여신 2013. 2. 27. 09:08

유원지에서

 이 성 복

 

 

 

 

 

 

 

 

 

 

 

둥근 탁자, 비치파라솔 쇠막대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사이다 병이 거꾸로 꽂혀 있다 전에 엠시 하던 김모가

가수 이 모 양의 그곳에 깨진 소주병을 박아 넣은 것도

저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마구 쑤셔 헐어 터져 진물나는

구멍에 날카로운 구멍 하나 덧쑤셔 넣은 것이다 문제는

처박힌 구멍이 게울 것 다 게우고도 좀처럼 주둥이를

쳐들 수 없다는 것, 나는 아무래도 저 구멍이 "풀밭 같은

너의 가슴에 내 마음은 뛰어놀았지" 하던 이 모 양의

목소리로 흥얼거리는 것 같다 순한 양 같은 그녀는 또

어느 풀밭을 헤매며 험한 꼴 당하고 있을까 삼십 년도 더

지난 지금 그녀의 그곳은 마침내 아물어 붙었을까 아무래도

지난 삼십 년은 "이 모 양!" 하고 불렀을 때의 그 떨림

같아서, 눈 비비면 순한 양떼 같은 졸음이 마구 쏟아진다

 

 

 

* 래여애반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