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희망의 연옥 [김승희]

초록여신 2013. 1. 9. 15:10

희망의 연옥

 

 

 

     "이 세상은 항상 폐허야. 하지만 우리에겐 작은 기회가 있어.

                          만약 우리가 아주, 아주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는 선을 상상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파손된 것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낼 수 있어. 조금씩, 조금씩."

                      ㅡ제이 파리니, 『벤야민의 마지막 횡단』에서

 

 

 

 

 

그리고 그는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작은 마을

안전지대에 도착한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 세상은 항상 그런 최후들로 가득 차 있다

파손된 것들을 복구하는 방법 너머로

가을이 온다

어딘지 그런 절벽들이 푸른 포도밭 과수원 뒤에 아득하다

 

 

포도밭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피레네산맥을 백 번을 넘어도 그 너머 그 너머에도

폐허와 절벽이 가득 차 있는 가을 풍경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눈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감옥 그 너머의 감옥, 절벽 그 너머의 절벽, 최후 그 너머의 최후

산맥을 넘고 넘어도 산맥

산맥 그 너머의 산맥, 절벽 그 너머의 절벽, 최후 그 너머의 최후

 

 

우리는 그런 것을 감옥이라고 부른다

희망의 연옥이라고

 

 

 

 

 

* 희망이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