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국화꽃 장례식 [최문자]

초록여신 2012. 6. 28. 12:03

국화꽃 장례식

 최 문 자

 

 

 

 

 

 

 

 

 

 단추 하나가 뚝 떨어졌다 옷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 남은 단추 세 개를 자세히 보니까 국화꽃 모양으로 생겼다 남은 국화꽃 세 송이도 아프지 않다 아프지 못한 것들은 수상하다 국화꽃 형상을 하려는 것들도 수상하다 반짝하고 설명이 안 되는 부표들

 

 

 아프지 않은 국화꽃도 주검에 매달면 아프다 이승만도 노무현도 최진실도 모두 국화꽃을 달고 갔다 아파서 상을 찡그리며 달고 갔다 이승에서 그렇게 달고 싶었던 꽃이 정말 국화꽃이었을까 저마다 해석이 달랐지만 아무도 국화꽃을 들춰 보지 못했다 입과 입 사이, 슬픔과 슬픔 사이를 국화꽃으로 꽉꽉 막아 버린다 혈관 속으로 국화꽃잎이 흐르는 남자 국화꽃 감정으로 우는 여자 멀리서 보면 가을들판인 것처럼 낭만적으로 국화꽃이 흔들리는 장례식이다 죽은 얼굴부터 죽은 입술 죽은 이마까지 국화꽃으로 덮는게 수상하다

 

 

 내게도 한 남자가 수상했다

 여러 국경을 넘어 내게로 왔다

 스적스적 건드리는 국화꽃 뿌리를 숨기고 왔다

 

 

 단추 하나 실밥을 물고 또 떨어진다

 이제 두 개 남았다

 

 

 단추 같은 감정이 된다

 다시는 국화꽃으로 달릴 수 없게 흙 속에 묻힌다

 혈관 속으로 흐르던 국화 뿌리들이 눈을 감는다

 그의 국화꽃 장례식 날

 제일 슬픈 영화 한 편 보면서 새벽까지 울었다

 배춧잎 같은 시퍼런 여름이 간다

 또 한 차례 국화꽃 장례식이 있을 것 같다

 

 

 

* 사과 사이사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