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은과 나 [하재연]
초록여신
2012. 3. 19. 10:34
은과 나
하 재 연
우리가 세계의 선분들을
이어 맞추기 위해 애쓰는 동안
어긋나는 눈금들 가운데서
누군가가 태어난다
순은이 되기 위해 은에게서 밀려난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나
잣 한 알이 열리는 동안
잣나무는 외로웠을까 아니면
다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까
나무의 바깥으로 나온 초록은
초록색이고 싶었을까
미래의 시간에 내가 일그러뜨린
평면 위에서
나의 어린이들이 하나씩 점이 되어
앉아 있었다
점차 납작해져
그런 나를
생명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