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초원의 빨래 [하재연]
초록여신
2012. 3. 16. 09:26
초원의 빨래
하 재 연
사라진 정차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그곳에 간다.
긴 빨랫줄이 깨끗하게 묶여 있다.
풀들이 펄럭이고 바람이 분다.
토요일이 지나가고 일요일이 지나가도
얼룩이 휘발되고 나면
달콤했던 냄새가 공기 중에서 떠돌까?
그곳은
창문들을 지나친다.
빨간 지붕들을 뒤에 남겨둔다.
노래가 시작되는 나무들의 목소리를 지운다.
나의 뒤편에서
창틀에 벗어둔 반지는 빛나고
비누 거품들은 공중에서 터진다.
길고 깨끗한 빨랫줄이 묶여 있다
아무 일도 없이
구름이 저쪽에서 이쪽으로
펄럭인다.
* 세계의 모든 해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