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의 부드러운 현존 [이수명]
초록여신
2012. 2. 7. 06:49
나의 부드러운 현존
이 수 명
옷을 입는다. 오늘의 색과 무늬들을 구성한다. 나의 입체감에 빠진다. 나는 하나의 메시지이다. 나는 메시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메시지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는 옷을 끄지 않는다. 옷을 더럽힌다.
옷을 따라간다. 나는 옷의 슬픔을 능가하지 않는다. 옷에 구멍을 내지 않는다. 옷 속에서 나의 입체감은 위로를 받는다. 떨어져 있는 나의 배열은 쉽게 서로를 잊어버리고 끊어질 듯 부드러운 실루엣들은 옷을 탐하지 않는다. 오늘의 옷 속으로 익사한다.
*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