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을 추천합니다 [최금진]

초록여신 2012. 1. 31. 17:23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을 추천합니다

 최 금 진

 

 

 

 

 

 

 

 

 

다단계라는 말 속에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가요

계단의 끝엔 피라미드 꼭대기가 보이고, 달이 보이고

피라미드 안에는

평생 황금만 생각하며 눈 깜박이는 미라들이

달고 시원한 보름달을 훔쳐먹어요

서울로 가요, 남산에 뜬 달은 커다란 은쟁반

누군가 쟁반에 한가득 은덩이를 썰어 내온다고 생각해 봐요

지방엔 먹고살 것이 많지 않으니까

겨울엔 종일 팬티를 입고 앉아 혼자 화투를 치고

땡을 잡은 가려운 오후엔 방바닥이라도 후벼파요

파라오의 황금덩어리라도 발견되었으면 좋겠어요

누런 양은냄비에 끓여온 누런 라면을 먹을 때

황금을 씹으면 이렇게 찰진 맛이 날까요

고진감래의 수많은 계단을 혼자 걸어간 친구는

댓 냥까지 금별이라도 목에 걸었을까요

혹은 지하 셋방에서 반쯤 미라가 됐을지도 모를

돈뭉치처럼 두 주먹을 움켜쥔 친구여

제발 그 텅 빈 손바닥은 펴 보이지 말아요

피라미드 다단계, 그 높은 계단을 향해 걸어가보면

다이아몬드, 루비, 싸파이어의 고위급 애칭을

메달처럼 주렁주렁 목에 걸게 될지도 몰라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요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잖아요

도굴범처럼 몽상을 캐고 있는 지하 셋방에서

세상 꼭대기로 통하는 계단까지

적금을 붓듯 차곡차곡 현기증을 쌓아올려요

자고 나면 머리맡에 새로 쌓일 수익금만 암송해요

아무것도 돌아보지 말아요, 달이 환한 밤이잖아요

 

 

 

* 황금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