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개복숭아나무의 저녁 [유종인]

초록여신 2011. 12. 18. 17:57

 

 

 

 

 

 

 

 

 

개복숭아나무가 꽃을 피워 연못가에 서 있는데

개구리 소리인가 맹꽁이 소리인가

서로 섞어 울어도

억울해질 일은 아닌데, 개복숭아꽃은

아주 먼 데를 끌어보고 싶은

분홍빛, 어둑해도 간절한 분홍빛!

 

 

누가 먼저 돌을 맞을 것인가

조심스런 발소리에 목청이 가라앉는

개구리와 맹꽁이 소리 들을

하루 종일 봄볕에 달궈진 버력들은

겨울날, 한 오 리 안팎 눈 내린 들판에 풀어낼 수 있으려나

 

 

개구리 지청구에 맹꽁이 농지거리

맹꽁이 울음에 개구리 웃음소리

 

 

그래도 저무는 건 어떤 맛인가

여전히 환한 저 개복숭아꽃 덜 저문 것도

여기 아닌 데 데려갈 빛깔이 남아서인가

 

 

그때 목청 큰 호박벌 하나가

뒤미처 도화 기루(妓樓)에서 쫓겨나듯

분홍빛에서 검은 엉덩이 가까스로 떨쳐 나올 때

저녁은 그제야 어둠이 제짝인 저녁이 된다

개복숭아나무 혼자 제 꽃빛에 맞는 도화살 저녁이 된다

 

 

 

 

* 사랑이라는 재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