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금강경 어법으로 [박세현]

초록여신 2011. 12. 15. 09:43

 

 

 

 

 

 

 

 

 

 

비가 온다 늦은 봄비가 금강경 어법으로 온다

시보리야 지금 그대는 살아 있느냐

아닙니다 그저 둥둥 떠가고 있습니다 그러느냐

네가 말하는 삶은 삶이 아니다 그래서

반드시 삶이 된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시보리야

그대는 내게 너무 자주 물어서는 안 된다

어젯밤 그대의 단골 돼지부속집에서

우리 한 잔 하지 않았더냐

그대에게 술잔을 받던 붓다는 붓다가 아니다

그는 어제 날짜로 망한 골목슈퍼 사장이다

무슨 업보가 있겠느냐 불쌍하지 않으냐

그래서 그를 진짜 붓다라고 부른다

갑자기 온 아침결에 머리맡이 분주하다

이러저리 튀는 빗소리 간식으로 비운

컵라면통에 받아둘 것인가 가끔 귀를 대면

목련 지나간 자리처럼 은은해질 것인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아득한 이 아침은

목부터 마르구나 시보리야 물 한 잔 가져 오너라

당신이 갖다 먹이세요

 

 

 

* 본의 아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