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단풍나무 그늘을 지나다 [고운기]

초록여신 2011. 9. 26. 09:53

단풍나무 그늘을 지나다

ㅡ애사哀詞3

 

 

 

 

 

 

 

 

 

 

금산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흔적만 남은 1번 국도를 지날 때였다

 

 

길들은 자주 외도外道를 했다

 

 

소박맞은 가로수들이 하염없이 나이를 먹어가고

허리만 굵어질 뿐 잔가지는 잘려나가고 없었다

 

 

노란 잎이 그나마 몇 낱 달린

우리가 스치는 바람에 살짝 미소 짓는

바로 그 순간에 가을이 와 있었는데

 

 

단풍나무 그늘을 지나와

버림받은 길 위에서 그늘을 품에 담고

그늘을 닮아버린 사람이 있다

 

 

왜 거기쯤이 자기가 멈출 곳이라 마음먹은 걸까

길 위의 어느 지점에 제 마음을 걸어놓는

쓸쓸한 여행을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는데.

 

 

 

 

*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