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여름 [유홍준]

초록여신 2011. 7. 13. 09:57

 

 

 

 

 

 

 

 

 

 

노모가 흘린 밥 한 덩어리

노모가 흘린 밥풀떼기 한 덩이에

검은 파리떼가 꼬여 있다

이제 더이상, 아무 할 일도 없는

앉은뱅이 노모가 초록색 파리채를 들고

탁 탁 검은 파리를 때려잡고 있다 배때기째로 짓뭉개고 있다

여기저기 검버섯이 핀 노모의 얼굴에도 파리떼가 잔뜩

아랫배가 볼록한 저 사진 속 아프리카 소년도 마찬가지

파리에겐 그냥 한 덩어리 밥,

노모가 흘린 한 덩어리 밥과 같다

눈곱 잔뜩 낀 눈가에 파리떼가 달라붙어도 쫓을 줄을 모른다 제 뺨을 제가 때릴 줄조차 모른다

햇살 따가운 슬레이트지붕이 무너진다

낡고도 가벼운 그림자가 마당 가득 무너진다

다 늙은 노모가 걸레 한쪽을 까뒤집어

눈가를 닦는다 걸레로 입가를 닦는다

 

 

 

* 저녁의 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