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소리의 행방 [김지유]

초록여신 2011. 5. 29. 22:33

 

 

 

 

 

 

 

 

 

 위층 아이가 뒤꿈치를 들고 뛰는지 천정에서 소리들이 베개 위로 떨어진다 이불을 덮어쓰는 여자의 귓바퀴를 맴돌며 속삭인다 가야 할 곳이 있다는 듯, 결코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소리가 달팽이관을 울리며 작별인사를 한다 아이가 떨어트린 쇠구슬이 톡 톡 톡톡 얼굴을 칠 때마다 여자의 감긴 눈동자가 그 소리에 맞추어 움찔거린다 부푼 젖가슴 위로, 줄지어 돌며 꿈틀거리는 울음에 답하듯 벌떡 일어나자 가위에 찢긴 소리가 어둠 속으로 다시 한 번 빨려 들어간다 여자는 잠들지 못한 채 첫 울음을 끊어낸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운다 눈을 감고 누운 천정 저 너머, 몸이 보이지 않는 소리가 살그머니 내려와 여자의 빈 젖을 문다

 

 

 

* 액션페인팅